[오펀 코미디 칼럼] 죽어가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두 명의 고도비만 개그맨들이 살려냈다.
개콘의 최고 인기코너들인 <생활의 발견>, <불편한 진실>, <꺽기도> 등이 서서히 소재 고갈로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감수성>은 몰락의 길로, <풀하우스>는 어느 순간 없어지면서 개콘이 '재미없다'는 평가가 슬슬 나오기 시작할 무렵, 4월 말부터 시작한 <아빠와 아들>(2012 유민상, 김수영)의 등장은 한줄기 단비와 같았다.
개콘 <아빠와아들>의 출연자 유민상과 김수영
사실, 이 코너가 처음 선보였을 때는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아들(김수영 분)에게 "밥먹으러 가자"고 반전 멘트를 날리는 아빠(유민상 분)의 멘트가 정말로 웃겼지만, 첫회의 뜨거웠던 관객 반응이 계속 이어질 지, 그리고 먹는 걸 소재로 얼마큼 힘있는 에피소드를 계속 끌고 갈 수 있을 지 다소 걱정스러웠던 것.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기우였다. 필자는 유민상과 김수영의 다식(多食) 인생을 과소평가했다. 역시 코미디는 생활 속에서 길어 올려지는 것이다. 이들이 평소 음식과 관련해 겪어왔던 모든 경험의 총체가 이 코너에 응축되어 있다. 인생은 '먹고자고싸고죽는' 것이라 했는가. 먹는 것과 관련해 이런 정도의 에피소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걸 왜 이제야 깨닫는 것일까?
특히, <아빠와 아들> 10회(개콘 656회) 에피소드는 정말 재미있었다.
아빠 : 밥먹은지 얼마 안됐는데 또 배고프네. 아들, 라면 끓어먹을까?
아들 : 응!
아빠 : 몇 개 끓일까?
아들 : 음...10개?
아빠 : 넌 안먹을거야?
['아빠와 아들' 10회 다시보기] http://youtu.be/sYry5JYyKVg
관객은 "10개?"라는 아들의 대사에서 한번 터지고 "넌 안먹을거야?"라는 아빠의 반전 대사에서 더 크게 터졌다. 이런 2단 콤보 개그는 참 오랜만이다. 잔스탭(작게 자주 웃기는 것)의 물량전으로 치닫는 무대 전략이 일반화된 요즘, 이런 2단 연속 콤보의 구성은 진한 육수같은 코미디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다.
현재 12회까지 이끌어온 <아빠와 아들>은 아직도 더 많은 에피소드의 기대감으로 충만하다. 앞으로도 30여 회 이상까지 이끌어갈 수 있는 팽팽한 힘도 느껴진다.
<아빠와 아들>을 이끌고 가는 유민상의 감각도 다시금 평가받아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주연보다는 조연급 연기에 머물러왔던 유민상은 이번 코너를 계기로 그가 얼만큼 극을 힘있게 끌어갈 수 있는가를 증명해보였다.
바야흐로 뚱보들의 전성기라도 온 셈인가. 김준현에 이어 유민상, 김수영 등 뚱뚱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거구들의 개그 열풍이 심상치 않다. 이들의 먹는 것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이 코미디로 승화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먹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 먹는게 남는 거다. 그렇게 먹어서 남은 것은 단지 육중한 체중만은 아니다. 훌륭한 코미디의 완소 재료로 이렇게 다시 태어나기도 하는거다.
[오펀 문화예술팀 허순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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