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펀 코미디 칼럼] 강유미는 이제 '미녀' 개그우먼으로 분류된다. 개인적으로는 성형 이전의 강유미를 더 좋아했지만, 어쨌거나 그녀가 예뻐진 덕에 하나의 유행어를 밀 수 있었다. "똥을 쌀테야"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게 조금 애매하다. 왜냐하면, 강유미가 예뻐진 것은 확실하지만 똥을 싸겠다고 대사를 치는 캐릭터의 분장을 보면 상당히 희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성인용 만화 캐릭터 '짱구'를 연상시키는 송충이 눈썹에 약간 맛이 간 나르시스트를 연기하는 그 스타일은 강유미라면 예쁘던 예쁘지 않던 성공적으로 통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과거 무대를 한번 살펴보자.
그녀는 개그콘서트의 히트코너 <사랑의 카운슬러>(2006~2007. 유세윤, 강유미) 에서 처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유세윤과 함께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표현해내 즐거움을 선사했던 강유미는 이 코너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어필했다.
무엇보다 강유미는 이 코너에서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다양한 성격의 여성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관객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선사했다. 당시의 무대를 한번 보자. 공교롭게도 이 코너에서 강유미는 예뻐지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보여줘 미래의 성형을 예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사랑의 카운슬러, 개그콘서트 395회, 2007/5/27>
[사랑의 카운슬러 다시보기] http://youtu.be/G-RzGeUZP2U
이 코너에서 소위 기세를 탄 강유미는 후속타로 <분장실의 강선생님>(2009. 강유미, 안영미, 정경미, 김경아)으로 확고한 스타 개그우먼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당시의 무대를 또 한번 감상해보자.
<분장실의 강선생님, 개그콘서트 486회, 2009/3/1>
[분장실의 강선생님 다시보기] http://youtu.be/hCgUMYTL6pw
두 개의 무대를 보고나서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다. 무엇보다 그녀는 '평범해졌다'.
성형 이전의 그녀는 결코 '미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못생겼다고 할 수도 없는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다소 보이시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당시 강유미의 강점은 외모가 아니라 풍부한 '표정'이었다. 귀여운 표정과 엽기적 표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강력한 표정의 범위를 갖고 있었는데, 얼굴의 형태를 고치면서 특유의 이 표정이 없어졌다.
다시 말해, 그녀가 예뻐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표정의 범위(다시 말해 표현력의 범위)가 작아졌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코미디빅리그의 '개통령'팀에서 연기를 할 때 분명히 한계로 작용했다. 그녀는 코미디빅리그에서 전혀 존재감을 어필하지 못하고 평범한 개그우먼의 모습으로 전락했다.
그녀는 더 이상 '사랑의 카운슬러'나 '분장실의 강선생님' 같은 코너를 진행하기에도 무리가 있어보인다. 그렇다고 한번 손댄 얼굴을 되돌릴 수도 없는 일.
그렇다면, 그녀는 성형을 통해 적어도 개그우먼으로서는 손해를 본 것일까?
그런데 이것 역시 애매하다. 예쁜 개그우먼이기 때문에 '똥'이라는 단어를 과감하게 질러도 혐오감을 덜 수가 있었던 건 어느 정도 분명하다. 코미디빅리그의 미녀 사회자인 김빈우가 강유미의 대사를 흉내냈을 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미인이기 때문에 똥을 싼다고 해도 웃겼다는 걸.
글을 쓰다보니, 참으로 난감해졌다. 이걸 손해라고 해야 하나, 아니라고 해야 하나.
그녀의 성형에 대한 손해와 이익을 따져보려다 되려 애매한 부분이 많아졌다. 그러나 분명해진 것은 하나 있다. 적어도 그녀는 굉장한 재능을 가진 개그우먼이라는 것. 예뻐진 얼굴과 사라진 표정에 좌절하지 않고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코빅 '톡톡걸스'에서 안영미와 함께 출연하는 강유미는 짱구를 연상시키는 짙은 송충이 눈썹에 거뭇한 콧수염을 그리고 똘기 충만한 표정으로 "똥을 쌀테야"라는 대사를 날린다.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제멋대로 세상을 우습게 보는 한 여고생의 나르시즘을 표현한 이 캐릭터는 여고생 특유의 고음과 자신의 세계에 함몰된 똘기 어린 표정으로 황당한 대사를 친다. 정말 '최고'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톡톡걸스, 코미디빅리그3 7회, 2012/6/23 방송 다시보기>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코미디빅리그 최고의 캐릭터라는 안영미 '김꽃두레'의 존재감이 강유미의 캐릭터에 의해 무색해질 정도다. 그녀의 세계를 관찰하는 능력과 그 속에서 개그적 요소를 발견해내는 감각은 정말 최고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녀를 외모의 변화로 뭔가 분석해보려 시도했던 필자의 어리석음을 용서하기 바란다. 그녀가 스스로 예뻐지고 싶었던 바램과 그녀의 재능은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녀의 코미디에 대한 재능은 외모 따위를 뛰어넘는다. 그녀는 타고난 개그우먼이자, 최고의 개그우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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