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펀 칼럼/코미디예찬!

[코미디예찬] 당신은 코미디 네이티브?

[오펀 칼럼] 최근 미국의 코미디 전문 방송국인 '코미디 센트럴'이 젊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론이 다소 의외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미국의 젊은 남성들은 음악, 스포츠, 패션보다 코미디를 선호한다는 것.

이런 결론이 도출된 질문항은 이렇다.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누구와 있고 싶냐"는 것. 놀랍게도 64%의 응답자가 코미디언이자 방송진행자인 '존 스튜어트'를 선택했다. 이에 비해, 미식 축구선수 '일라이 매닝'이나 여타 스포츠 스타를 선택한 사람은 15%에 불과.

우리나라보다도 스포츠에 더 열광하는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박찬호나 박지성 대신 강호동이나 유재석을 더 좋아했다는 얘기. 와우.

그런데 사실, 위의 조사는 엉터리다. '존 스튜어트' 한 사람에게 쏟아진 몰표를 가지고 '코미디'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 

그러나 조사를 진행한 코미디 센트럴은 1981년 이후 태어난 젊은 성인들에게 코미디가 주는 영향력을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이를 이용해 18~34세 사이의 젊은 세대를 집중적으로 마케팅해 시청률을 10% 끌어올리기도 했다. 때문에 전혀 의미없는 결과만은 아니라는 뜻도 되겠다. 

어쨌든 미국은 이미 이런 세대를 마케팅 용어로 '코미디 네이티브'라는 말로 부르기 시작했다. 태생적으로 코미디를 좋아하는 세대라는 뜻.  

우리나라는 어떨까. 사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과 더불어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재미의 세대'가 있다. 

이 세대의 성향과 규모를 파악하는데 있어 코미디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최근 개그콘서트나 코미디빅리그 등의 고공행진하는 시청률도 분명 중요한 지표지만, 아마도 인터넷의 각종 동영상과 검색 키워드를 조사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의 재미를 추구하는 세대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도대체 재미있는 것을 싫어하는 세대가 어디 있단 말인가?   

문제는 편견이다. 코미디라는 장르를 그저 잠깐 동안 픽 웃고 지나가는 동네 만화가게 취급하는 소위 '진지한 세대'의 편견이 아직도 강하게 존재한다. 개그맨들을 아직도 과거의 '광대' 취급하며 사회의 하류계급으로 생각하는 낡은 세대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너무 크다. 이들이 코미디를 하찮게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코미디는 낡은 권위를 위협하는 무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풍자와 조롱.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날카로운 비판. 세태를 이해하고 그 위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현실 감각. 서민적인 것을 좋아하고 권위적인 것을 싫어하는 보편성.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실험성. 코미디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권위를 가진 인간들은 코미디를 싫어한다. 그 권위가 왜곡되고 낡을 수록 더욱 더. 

최근 딴지라디오의 '나꼼수'를 둘러싼 정치권의 회오리와 최효종의 정치풍자를 건드렸다가 생겨난 여론의 광풍은 이런 낡은 세대들이 깜짝 놀랄만한 사건은 아니였을까. 한국의 젊은 세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를 그들은 과연 알아차렸을까.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필자 생각에 진짜 '코미디 네이티브'다. 그리고 이들이 좋아하는 코미디는 그 세계가 다양하다. 모든 성찰과 비판, 큰 것과 작은 것, 진지한 것과 가벼운 것이 모두 코미디에 있다. 코미디는 재미있는 것이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다. 

[오펀 문화예술팀 허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