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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칼럼/코미디예찬!

[코미디예찬] 이제는 김준현표 개그를 이해할 수 있다


[오펀 문화예술팀=허순옥 기자] 개그맨 김준현이 최근 개그계 블루칩으로 등극했다. 그동안 개그콘서트에서 꾸준히 인기를 쌓아온 김준현은 최근 '네가지'에서 관객들과 좀 더 직접적인 소통을 추구하면서 그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화를 내도 무섭지 않고, 웃으면 귀엽다. 말도 잘하지만, 열심히 할 때는 땀을 많이 흘린다.

이러한 관객친화적인 요소가 드러나면서 최근 시작한 tvN의 <롤러코스터2>에선 '왜'라는 코너를 맡았다. 아역배우의 역할은 그저 질문을 던져주는 역할로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원맨쇼다. 원맨쇼를 맡을 수 있는 기량은 대단하다. 혼자서 대화의 호흡을 모두 조절해내야 하고 대사의 양도 엄청나다. 3회째 진행하는 '왜' 코너에서 보여준 김준현의 기량은 기대 이상이었다. 

어째서 이런 뛰어난 개그맨이 이제야 눈에 띄는걸까? 


[(주)코코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발췌]

김준현은 사실 개그맨으로서는 이렇다할 특기가 없어보인다. 외모적인 면에서 '뚱뚱'하다는 점을 빼놓고는 딱히 장기가 없다. 요즘 개그맨들은 "웃기게 생긴 것만"으로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못생기고, 뚱뚱하고, 깡마르고, 키가 작은 외모적인 장점(?)을 갖고 있어도 이렇다할 장기가 없으면 성장하지 못한다. 박지선, 오나미와 신봉선의 경우만 비교해봐도 안다. 

그렇다고 노래를 잘부르거나, 아크로바틱한 몸동작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유행어라고는 고작 '고래?' 하나 뿐이다. 이런 그의 유일한 장기는 '말을 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말투는 독하지 않고 어떤 대사를 쳐도 맛깔스러움이 있다. 이건 굉장한 강점이다. 개그맨들은 항상 좋은 말만을 할 수 없는 직업이다. 누군가를 욕해야할 때도 있고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언급을 해야할 때가 있다. 이런 점에서 독하지 않은 대사를 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강점일 수밖에 없다. 

그의 강점은 때문에 '네가지'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셈이다. 4명의 남자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스탠딩 개그인 개콘의 '네가지'는 그가 얼마나 말을 잘하는 개그맨인지를 처음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동안 너무나 자연스러워 눈에 띄지 않던 그가 '네가지' 무대에서 관객들을 상대로 5분간 떠들지 않았다면, 김준현의 가치는 아직도 묻혀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의 대사는 평범한 대사를 치는 것 같으면서도 특유의 위트가 섞여 있다. 그는 무리한 유행어를 밀지 않는다. 그가 개콘에서 그나마 밀었던 유행어라는게 "고래?"와 "사람불러"가 모두. 그런데도 그의 대사는 재미있다. 

[tvN 롤러코스터2 코너 '왜'의 한장면]

사실 김준현의 개그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남다르다. 왜냐하면, 그가 웃음의 포인트로 삼는 대사는 '강조'점이 아니라 '숨기는' 포인트에 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많은 개그맨들이 자신들이 미는 유행어를 띄우기 위해 수도 없이 강조하고 반복하는 것과 달리, 김준현은 오히려 그 반대의 전략을 갖고 간다.

정상적인 대사를 치다가 흘러가는 말투로 슬쩍 유행어가 될만한 포인트를 밀어넣는다. 딱히 유행어를 목표로 두는 것도 아니다. 재미있는 포인트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린다. 관객은 알 수도 모를 수도 있으나 이런 김준현표 개그는 뭔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부담이 없다. 그래서 재미있는데, 딱히 왜 재미있는지를 모를 수도 있다. 이게 오랜 시간 김준현이 물위로 올라오지 못했던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김준현표 개그가 이제야 세상에 이해되고 인기를 얻기 시작하는 것 같다. 독하지 않고 무리스럽지도 않고 극히 자연스럽기 때문에 인기를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인기를 얻은 후에는 오랜 시간 지속되지 않을까?  

말을 잘하되, 독하지 않고, 극히 자연스러운 김준현표 개그는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만 같다. 기분 좋은 개그맨으로서 오랜 시간 활동하기를 기원한다. 코미디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