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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칼럼/코미디예찬!

[코미디예찬] 개콘 '풀하우스', 간만의 참신한 서민개그


[오펀 문화예술팀=허순옥 기자] 코미디의 가치는 단순히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남는 시간을 죽여주는 것만이 아니다. 웃음을 통해 세태를 풍자해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고 문제 의식을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웃다보니, 뭔가가 짠해져오면서 공감도 가고 이해도 가는 그런 것이 웃음을 통해 세상을 다시 한번 보게 하는 풍자극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빠짐없이 개발되는 중요한 풍자 코너들 중에는 이른바 '서민개그'라는 장르가 있다. 공식화된 명칭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고단한 서민들의 삶을 풍자적으로 그린 코미디를 말한다. 서민개그의 특징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그렸다는 점에 있다. 서민의 삶에도 여러 겹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풍요로운 시대에도 아직 어려운 이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어려웠던 시절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겸허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미덕이 아닐 수 없다. 


<개그콘서트 '풀하우스'의 한장면, 단칸방 생활을 극단적으로 표현해 희화했다.>


그런데, 이 서민개그는 개발하기가 어렵다. 자칫하면 신파조로 흘러가고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과 웃음의 요소를 찾아야 하는데 이 균형과 타이밍이 참으로 쉽지가 않다. 불멸의 코너로 지금도 "행님아~"로 회자되는 강호동의 <소나기>(1995)는 이 서민개그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만큼 서민개그는 극의 구조도 중요하지만 배우의 연기력에도 크게 좌우된다. 신파의 요소를 극복하는 웃음의 균형과 타이밍은 극의 구조보다는 캐릭터의 연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콘의 서민개그는 그동안 이런 저런 실험이 진행되어 왔다. 박휘순, 안상태의 <누렁이>(2007)는 이런 실험 속에서 단연 빛나는 작품. 누렁이는 서민의 상징이기도 하고 다양한 관계의 약자이기도 한 캐릭터였고 박휘순, 안상태의 걸출한 연기력으로 서민의 고단함과 슬픔을 성공적으로 풍자한 흥행작이었다. 그러나 개콘은 그 이후로 <선생김봉투>, <상상형제> 등을 선보였지만 이렇다할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2011년 말미에 선보인 <풀하우스>는 이런 개콘의 꾸준한 시도 속에서 태어난 새로운 서민개그 코너. 이 코너를 주목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정경미의 연기력 때문이다. 정경미는 최근 종영된 코너 황현희의 <불편한 진실>(2011)에서 눈에 띠는 "서민아줌마"의 포지션을 찾아냈다. 그동안 섹시미를 강조하거나 지나치게 망가지는 외모중심의 캐릭터에서 오랜 시간 방황하던 정경미가 뽀글이파마를 한 서민적인 아줌마의 모습으로 분하면서 그녀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개그콘서트 풀하우스>


9명의 자식을 둔 엄마가 좁디 좁은 단칸방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풍자한 이 코너는 전형적인 서민개그 장르로, 가난하지만 그 속에서도 가족의 단란함을 지켜간다는 컨셉의 코미디인데, 이 극을 이끌어가는 정경미의 연기력이 꽤 묵직하다. 다양한 캐릭터로 구성된 자식들과 옆집 아저씨와의 관계를 소화해내며 극의 신파성과 웃음의 균형을 맞추는 정경미의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첫방영된 4일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재밌다" 또는 "참신하다"는 평가다. 


그녀가 극의 중심에 서서 이렇게까지 한 코너를 이끌어가는 정도로 성장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무심한듯한, 세파에 지친듯한, 초라하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렇지만 친근함이 담겨 있는 전형적인 서민 아줌마를 연기해내는 정경미의 전격 출범작인 <풀하우스>. 컨셉의 한계가 롱런을 어렵게 만들 듯 보이지만, 이 한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그녀의 선전을 기대한다. 


서민개그 만세, 코미디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