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펀 칼럼/코미디예찬!

[코미디예찬] 코미디빅리그 VS 개그콘서트, 세대교체의 예감

[오펀 문화예술팀=허순옥 기자]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이제 정규군이 됐다. 방송 3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살아남은 개그 정규 프로그램인 동시에 황금시간대의 확고한 시청률을 잡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주말 정규 프로그램들을 통틀어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성적이다. 

개콘은 이제 시청자들의 라이프사이클에 깊숙히 침투했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넘어서 일종의 버라이어티쇼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게스트도 많이 나오고 더 많은 스타들이 참여하고 싶어한다. 스타들의 참여가 높아지면서 관객들과 시청자들은 단순히 코미디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어제 개콘 632회에서는 해품달(해를품은달)의 '여진구'가 나왔다. 관객석은 여진구의 출연 하나로 초토화됐다. 관객들은 그의 출연에 열광하며 즐거워했다. 감수성의 전체 구성이나 진행은 중요하지 않았다. 몇 마디 대사를 친 것을 제외하면 오직 여진구만 남았다. 

여진구의 출연만으로도 감수성 코너는 과연 사명을 다한 것일까.


반면,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는 반란군이다. '웃찾사'가 없어지고, '개그야'가 없어진 후에 허허벌판을 떠돌던 코메디계의 별들이 코빅으로 모여들었다. 경력과 인지도는 중요하지 않다. 코빅은 진검승부장이다. 오로지 관객을 웃긴 팀만이 살아남는다. 

코빅은 시즌1에서 시스템을 견고히 한 후에 시즌2에서 점점 힘을 붙여나가고 있다. 혼신을 다하는 팀들의 경합이 눈에 보이고, 관객들도 긴장한다. 개콘이 주말 저녁을 느긋한 기분으로 보는 프로그램이라면, 코빅의 관객들은 좀 더 무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관객들은 마음 편하게 즐기기만 하지 않는다. 평가하고 예상하면서 함께 뜨거워진다. 개그맨들의 아이디어와 연기에 집중한다. 

두 개의 프로그램은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이면서 전혀 다른 속성을 가졌다. 그러나 정규군은 반란군의 공세에 긴장해야할 것 같다. 코빅2의 시청률이 예사롭지 않다. 케이블방송의 시청률이 1%대를 넘어섰다면 이는 대세다. 실제 시청한 사람들의 수는 개콘이 결코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정규군 개콘의 분발을 요구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소위 매너리즘에 슬슬 빠져들어가는 시점에 왔기 때문이다. 무려 10년을 넘게 장수한 프로그램인데다가 최근 정치 이슈까지 도움을 받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으니, 최고 시청률 경신을 한 것은 흐름상 충분한 보상이다. 

그러나 최근 개콘의 코너들은 보면 실험성은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이렇다할 완성도가 보이지 않는다. 풀하루스, 네가지, 위험한 녀석들 등 신규 코너들이 새피를 수혈하고 있지만 나머지 코너들에선 피로도와 매너리즘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빅에서 시청자들의 평가가 낮으면 코너의 컨셉마저 바꾸는 치열함이 개콘에선 보이지 않는다. 대신, 스타 게스트를 계속 불러들여 관객들의 점수를 받는 장치들을 개발하고 이를 더욱 강화해간다. 다양성도 좋고 외연확대도 좋지만, 코미디는 코미디다운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인가.

반란군 코빅에 더 많은 응원을 하고 싶다. 새로운 시도가 평가를 받아야 기존의 것도 새로워지는 법이다. 코미디계가 발전하려면 아직 더 많은 시도와 관객과의 호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