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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칼럼/코미디예찬!

[코미디예찬] 개그맨들의 눈물이 진짜 슬픈 이유

[오펀 칼럼] 개그맨들도 가끔씩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이들이 운다는 건 굉장한 사건이다. 왜냐하면 광대는 본래 자신의 본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광대가 분장을 하는 건 그런 이유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개그맨들 역시 관객들이 보는 순간부터 웃기 시작해야 먹고 사는 직업이다. 이들이 오랜시간 노력해 구축한 희화된 이미지를 깨고, "아, 저 사람들도 사람이었지"라고 관객들이 생각하는 순간, 개그맨들의 생명은 위협받는다.

이는 마치, 놀이공원에 데려간 애들이 "아, 여긴 우리같은 애들을 환타지로 들뜨게 만들어 엄마 아빠의 지갑을 열게 하는 대기업의 알짜 사업장 중 하나였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가끔씩 개그맨들도 방송에서 눈물을 흘린다. 이 장면은 보기도 어렵지만, 어쩌면 봐서도 안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2월1일 황금어장에선 불세출의 개그맨 유세윤이 울었다. 유상무도 울고, 장동민도 울음을 참았다.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현재의 자신을 생각해보면 이미 무엇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의욕이 없어졌다고 한다. 김구라씨는 자신도 2년 전에 우울증으로 인한 병원 심리치료를 현재의 와이프와 함께 받았다고 했다. 

개그맨은 생각보다 치열한 직업이다. 매순간 아이디어와 호흡의 싸움으로 피가 바짝 마른다. 무엇보다 이들의 연기는 연기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연기자들은 극의 캐릭터에 맞게 연기를 한다고 생각을 해주지만, 개그맨들은 실생활에서도 웃기기를 관객들은 희망한다. 연유를 떠나서 이들은 일종의 '감정노동자'들인 셈이다. 



개그맨들도 사람이고, 개그맨들도 방송인이다. 그래서 토크쇼에 나와서는 울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 슬프지 않고 괴롭지 않게 사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누군들 자신의 속내를 꺼내놓고 본래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이 없는 사람 또한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래도 유세윤, 유상무, 장동민 당신들은 모두 개그맨이다. 당신들이 있기에 세상의 사람들은 잠시나마 즐겁고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다. 당신들은 스타가 아니다. 아니, 스타 개그맨일 수는 있지만 광대를 자처한 사람들이다. 

당신들도 괴롭겠지만, 그런 괴로움을 함부러 눈물로 표현해서는 안된다. 울고 싶다면, 무대 뒤에서 울어라. 당신들이 울면, 당신들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슬퍼진다. 당신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만큼, 당신들의 괴로움은 우리에게 훨씬 더 슬픈 일이 된다. 

개그맨들의 눈물이 진짜 슬픈 이유는, 우리들 모두가 그들이 무대 뒤에서 얼마나 힘든지를 많든 적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들에게 얼마만큼의 즐거움을 주는 지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모두 슬프게 살아간다. 당신들만큼은, 슬프지 말아라.

[허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