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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칼럼/코미디예찬!

[코미디예찬] 개콘 '노애' 영길에게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


[오펀 문화예술팀=허순옥 기자] 최근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인기 코너로 급부상 중인 '노애'(2012~. 송영길, 허안나, 이희경, 정진영, 정승환, 박은영)의 송영길이 뜻밖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느닷없이 봉숭아학당(2001~2011)에 출연하기 시작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느끼한 캐릭터로 관객들로부터 호응과 야유를 함께 받았던 그가, 어느 덧 무대를 장악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개그콘서트 '노애' 다시보기(2012/12/30)  http://youtu.be/5MKpWzF1hLM


'노애'에서 출연하는 4명의 노비 중에서 힘쎄고 마초적인 '영길'은 여자 노비인 '개똥이'를 좋아하는 남자답고 열정적인 캐릭터다.  개똥이에게 턱도 없는 사랑의 표현을 과감하게 표현하는가 하면, 노비에게 금지되어 있는 사랑 때문에 울분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송영길은 그동안 비교적 비호감군에 속했었다. 첫 출연 때부터 최근의 '무섭지 아니한가'에 이르기까지 송영길은 외모적으로나 재능적으로나 관객들로부터 이렇다할 호감이나 호응을 이끌어내는 개그맨은 아니었던 것.


그러나 '노애'에서 그는 관객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받는다. 어찌된걸까?


노애 송영길


그의 역할이 요즘은 많이 사라진 남성의 전통적인 미덕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 중의 영길은 한 여인을 사랑하는데 마초적인 자신감을 갖췄고 그 여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데도 거침이 없다. 제도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노비 간의 사랑 때문에 그 열정과 울분을 '힘'으로 토해내는 박력을 보여주는가 하면 곤란에 처한 개똥이 대신 자신이 벌을 받으려는 희생적인 모습까지 갖췄다.


어쩌면 요즘 여자들은 이런 남성상에 목이 말랐던 건 아닐까? 모든 남자들이 점점 세련되고 이해타산적이고 여성화되고 있는 요즘, 비록 비천한 신분에 가진 것 없어도 열정과 박력, 희생정신을 가진 전통적인 남성상에 대한 향수가 '노애'의 영길을 통해 충족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면, 권력과 돈으로 관계를 사고자 하는 기술만이 만발한 영혼 없는 현대 사회에서 노비 '영길'의 이런 원초적인 모습에 수많은 여성들이 짜릿해하고 즐겁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영길을 통해 코미디 무대에서 창조하는 캐릭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웃긴다는 것은 즐겁다는 것의 부분 집합이며 때문에 즐거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단순히 개그적 요소 속에서만 찾을 것도 아니라는 새삼스러운 진리를 깨친다.  특이한 것을 창조하는 것도 좋지만,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개콘의 또다른 코너 '거지의 품격'의 허경환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한번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꽃거지 허경환 역시 가진 것 없지만, 나름의 품격과 자존심을 가진 마초적인 남성성을 표현한다.  외형적으로는 뻔뻔한 거지에 불과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야성과 박력을 갖춘 전통적인 남성상에 가깝다.


꽃거지 허경환과 노애 송영길 모두 특이한 개그적 요소로 무장한 캐릭터라기 보다는 전통적인 남성성을 표상하는 캐릭터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코미디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중요한 장치 하나가 시대를 대변하는, 또는 시대가 목말라하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이라면 응당 개그맨들은 이 캐릭터를 창조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송영길의 열정적인 무대에 경의를 표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필자는 아직까지 개그맨 송영길의 재능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캐릭터는 시대를 대변하는, 아니 시대의 결여를 채워주는 정말 멋진 캐릭터다. 시작부터 마초였던 그의 남성성이 코미디로 꽃피우는 광경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대단하다.


송영길 파이팅! 코미디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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