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펀 칼럼] 코미디언들의 '꿈의 무대'라고 평가받는 tvN의 '코미디빅리그2' 11라운드는 뭔가 개운하지 못한 경합이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개통령'이 겨우 6위에 머물렀던 것인데, 이 대목은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라이또'가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11라운드에서도 1위를 한 것은 그렇다치자. 라이또는 정말 잘한다. 캐릭터의 힘도 좋고 연기와 아이디어 모두 좋다.
그런데, 11라운드에서 보여준 '개통령'의 개그는 라이또에 못지 않게 정말 웃겼다. 10라운드 때부터 극의 컨셉을 약간 바꿔서 '죽음'을 상품으로 다루는 저승사자의 외판 개그를 보여줬는데, 이 개그는 실험성과 완성도 모두 정말 뛰어난 걸작이었다.
정규리그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공을 들인 흔적이 어떤 팀보다도 역력했다. 아이디어와 극의 완성도에 유달리 집착하는 멤버들로 구성된 '개통령'은 11라운드에서 저승으로 온 영혼들에게 갖가지 '상품'을 판매하는 아이디어로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저승에 오니 와이파이가 안된다"라는 고객의 불만에 "핸드폰가게 크게 하는 형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멘트로 등장한 '스티브잡스'의 등장은 관객을 초토화시켰다. '잡스'가 갤럭시폰을 가져온 또다른 고객의 불만을 받을 때의 그 반응이란.
특히 "저승에 오니 와이파이가 안된다"라는 고객의 불만에 "핸드폰가게 크게 하는 형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멘트로 등장한 '스티브잡스'의 등장은 관객을 초토화시켰다. '잡스'가 갤럭시폰을 가져온 또다른 고객의 불만을 받을 때의 그 반응이란.
이 정도의 코미디라면 당연히 1,2위를 다퉈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지만, 관객의 평가는 달랐다. 겨우 재방송 데드라인에 걸친 6위. 회심의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웃기지 못해서 일어난 현상은 절대 아니다. 아이디어의 수준이 떨어지거나 무대 연기가 부족했거나의 문제도 아니다. 진짜 문제는 '개통령'이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썼다는 점에 있다. 아무리 웃겨도 씁쓸한 뒷맛 때문이다.
정규리그에서 9라운드까지 끌고갔던 '죽어도 좋아' 역시 젊은이들의 세태를 노인들의 일상에 빗대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진하기 그지 없었고 신선하고 깜짝 놀랄만한 아이디어가 만발했지만, 노인들을 등장시키고 죽음을 희화한 점 때문에 줄곧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10라운드부터 등장시킨 '저승사자'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더욱 더 노골적으로 활용했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세태를 죽음까지 하나의 상품으로 다루는 더 진한 블랙코미디를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6위.
개통령의 11라운드 무대에 대한 평가가 고작 이정도라면 코미디빅리그의 투표가 '개그맨 인기투표'와 다를게 뭐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라이또의 '양세형', '이용진'의 인기, 아메리카노의 '안영미'의 인기, 개파르타의 '김민수'의 인기는 매우 관객친화적이다. 귀엽고 독하지 않으며 친숙하다. 극의 내용을 떠나 일단 코미디언 자체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이에 비해 개통령의 최대 문제는 이렇다할 호감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다. 이재훈, 김인석, 강유미, 김재우, 박휘순 등 소위 관객친화적인 스타 개그맨은 없다. 대부분 블랙코미디에 어울리는 독한 캐릭터다. 게다가 '죽음'을 소재로 한 코미디. 이들에게 상위권의 가능성은 없는걸까?
몇 번을 생각해봐도 그날의 관객들은 실험성과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가 너무 인색했다. 개콘과는 달리, 무대에 좀 더 집중하고 개그맨들의 아이디어와 무대에서의 연기에 높은 점수를 주는 관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생각은 조금은 오해였던걸까?
어쩐지 힘빠지는 코빅2의 11라운드 경합이었다. 솔직히 '개통령' 말고는 그닥 챔피언스리그다운 화려한 재미도 없었다.
[오펀 문화예술팀 허순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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