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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칼럼/코미디예찬!

[코미디예찬] 개콘 '꺾기도', 롱런하려면 '다람쥐' 버려선 안돼

[오펀 칼럼] 개콘의 새코너 '꺾기도'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극의 진행과는 거의 상관없이 말장난으로 일관하는 일종의 '후크(hook)개그'인 꺾기도는 관객과 시청자들을 공황상태에 빠뜨리겠다는 컨셉으로 개그맨 김준호가 홍인규의 컴백을 위해 만든 코너다.

'후크개그'란 후크송의 반복기법을 차용한 개그를 말한다. '후크송(hook song)'은 짧은 후렴구에 반복된 가사로 흥겨움을 주는 음악을 말하는데, 가사말과 운율이 반복되면서 청자들이 중독되기 쉬어 대중음악에서 널리 쓰인다. 후크개그는 이 후크송의 '후크'에서 따왔다. 

'꺾기도'를 처음 선보인 날. 관객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웃는 관객과 웃지 못하는 관객. 웃지 못하는 관객 역시 두 종류였다. 재미없는 관객과 어이없던 관객. 

그런데 이 코너가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말끝마다 등장하는 '다람쥐, 마보이, 까부리' 등에 관객들이 서서히 중독되면서 황당했던 기분이 웃음으로 변해가는 것.

그런데, 이게 정말 강력하다. 후크송이 강력한 중독성으로 인기를 얻듯이, 후크개그 역시 강력한 중독성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인가. 들으면 들을수록 웃긴다. 처음엔 무슨 초딩 장난같던 김준호의 표정과 운율이 반복하며 들을 수록 깊숙히 침투해 들어오기 시작한다. 길을 가다가도 생각나면 웃기고, 잠을 자려 이불에 누워서도 떠올리면 웃긴다. 

 
재미있는 대목은 '꺾기도'의 인기가 오르면서 옛날 코너였던 '같기도'의 인기도 같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포털사이트에서의 검색순위가 오르고 있다. '같기도'(2007)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김준호, 홍인규의 호흡으로 2007년 개콘에서 무려 30회 가까이 롱런했던 코너다. 꺾기도는 같기도 2탄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다. 

그런데, 이 두 코너는 분명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그래서 전작인 같기도에 비해 이번의 꺾기도는 더 많은 인기를 누릴 것 같다. 

우선, 등장인물(김준호, 홍인규)과 사범과 제자들, 그리고 이들을 괴롭히는 악당과의 대립 등의 구조는 똑같다. 같기도도 무예고 꺾기도도 무예다. 둘 다 말장난이며 의미없는 후크다. 운율을 중요시하고 무한 반복한다. 그런데 같기도보다 꺾기도가 더 웃긴다. 

이유는 '다람쥐'의 반복에 있다. 같기도의 후크는 완성작이 아니었다. "이건 인사도 아니고 웨이브도 아니여", "이건 가는 것도 아니고 서는 것도 아니여" 등의 같기도의 말장난 패턴은 운율은 있되 반복되는 단어가 없었다. 이에 비해 꺾기도의 후크는 완성작이다. '다람쥐'의 무한 반복으로 일단 초토화시켰다. 심지어 동작도 반복된다. '마보이'와 '까부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꺾기도가 더 오래 장수하려면 다람쥐를 버리면 안된다. 마보이와 까부리도 마찬가지다. 다람쥐를 다래끼로 변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버려서는 안된다. 끝까지 다람쥐를 고수해야 한다. 주 단어와 변주를 적절히 섞어서 진행한다면 꺾기도의 인기는 같기도 보다 틀림없이 더 오래갈 것이다. 

간만에 김준호의 뼈그맨다운 기질을 본 것 같다. 롱런을 위한 행운의 키스를 날리고 싶다. 

[오펀 문화예술팀 허순옥 기자]

 [꺾기도 재미있습니다람쥐~ 다람쥐~ 날 다람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