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펀 문화예술팀=조미주 기자] 목수 김씨로 알려진 김진송 작가의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전(展)-상상의 웜홀>이 세종문화회관 1층 전시관에서 2012년 12월 1일(토)부터 2013년 1월 27일(일)까지 열린다.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전>에는 나무를 깎고 여기에 이야기를 붙인 나무조각과 철조각 100여 점과 움직이는 인형 30여 점, 20여 점의 영상작업이 대거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04년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책벌레이야기 전>에 이어 8년 만에 열리는 전시이다.
목수 김진송 작가의 '나무로 깎은 책벌레이야기' 전 동영상
150여 점 전시품들로 펼치는 상상의 세계들!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전>은 일상적인 인간들의 삶, 미래와 우주에 대한 상상, 벌레와 동물들의 우화, 전설과 낯선 이야기, 개와 의자와 인간의 진화 등 광범위한 주제를 그린다. 전시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150여 점의 작품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졌다. 책에서 튀어나온 책벌레, 책의 바다로 뛰어드는 소년, 도로를 질주하는 폭주족, 이야기가 숨겨진 비밀의 집, 지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남녀, 도시를 지배한 암흑의 신, 머리를 가누지도 못하는 새, 개와 의자 등 상상의 뿌리를 펼친다. <두뇌교체>
근사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들. 김진송은 이들 작품들에 각각의 작품들에 사연을 부여하며 외계인과의 낯선 조우, 개와 의자와 인간의 진화, 벌레로 살아가는 슬픔, 지구와 우주를 넘나드는 문명에 대한 생각을 담는다.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움직인형’,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영상!
특히 주목할 것은 작가가 ‘움직인형(automata)’이라 이름 붙인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들이다. 나무로 깎은 정교한 톱니바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기계장치들이 작동하면 상자 위의 인형들이 한 편의 동화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인다. 향수를 자극하는 아날로그적인 움직임과 동화 같은 이야기가 어우러진 공감각적인 이미지로 형상화된 작품들은 다시 영상작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모두 20여 편에 이르는 영상들은 움직인형이 담고 있는 서사들을 펼쳐 보이는 한편, 작가의 세밀한 제작과정을 통해 감탄을 자아낸다.
일상의 쓸모 없음에서 미학적 쓸모를 꿈꾸는 목수의 유희!
의자와 책상 등을 만들어온 목수 김진송의 이번 작업은 일상에서 쓸모 없는 것들이 유희적이고 미학적으로는 쓸모 있는 것이 되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들이다. 나무를 깎아 조각을 하고 톱니바퀴와 기계장치들을 고안하고 작품의 세계관을 들려주는 글과 영상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창의적 사고를 자연스럽게 체험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게 만든다. 동시에 재활용된 작품의 소재들에게서 친환경적인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것이다.
목수 김씨
목수 김씨 김진송은 1959년 서울 생으로 국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미술평론, 전시기획, 출판기획 등의 일을 해오면서 근•현대역사와 시각문화, 현대문화와 역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현대성의 형성: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장미와 씨날코」,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 「가부루의 신화」 등의 책을 썼다. 또한 「이쾌대」, 「목수, 화가에게 말을 걸다」 등의 작가론이 있다. 현대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쓴 「인간과 사물의 기원」을 장 그노스란 이름으로 출간한 바 있다.
1997년 이후 나무작업을 하면서 아홉 차례의 <목수 김씨> 전을 열었으며 지난 2004년 동일 제목의 전시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를 예술의 전당에서 연 바 있다. 나무 작업과 관련해 「목수일기」,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상상목공소」를 집필했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가 지난 달 30일 문학동네(난다)에서 나왔다. 2011년 제13회 교보생명환경대상 생명문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 목수 김씨(김진송)와의 인터뷰
1. '상상의 웜홀'은 어떤 의미인지요?
벌레구멍은 목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벌레구멍을 보고 나무의 종류와 상태를 짐작하게 하니까요. 또한 목수는 벌레와 마찬가지로 나무를 쏠아대는, 말하자면 벌레와 다를 바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벌레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상상력도 그러할 것입니다. 상상은 다른 존재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는 힘이며 그것은 웜홀, 말 그대로 상상을 통해 다른 세계로 가는 벌레구멍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우주적 상상이 드러나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누구는 글로, 누구는 그림으로, 누구는 소리로 이야기하고 싶어하지요. 그러나 각자 생각과 경험과 상상의 폭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언어의 세계에 머물러 있곤 합니다. 그 서로 다른 언어를 이어주는 통로를 상상의 웜홀이라고 불러본 것입니다.
2. 왜 인문학자에서 목수가 되셨는지, 나무를 다루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인문학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글과 지식을 다루는 사람에게 그것만으로 생계가 쉽지 않습니다. 목수는 생계를 위한 직업의 이름입니다. 나무의 쓰임을 찾아내고 그것으로 일상의 쓸모에 조응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 작업과 나무작업을 하다 보면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언어가 소통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하나의 이야기도 문학과 미술, 영상과 음악,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등 서로 분리된 장르와 영역들로 각기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런 서로 분리된 영역을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통합하면 풍부한 논리와 미학적 효과를 산출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번 전시 역시 관람자들이 서로 다른 언어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서 세대, 성별, 계층 간의 장애를 넘어서고, 벌레와 꽃들과도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말하자면 ‘상상의 웜홀’을 통해 소통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3. 가구를 만드는 목수 일을 하다가 어떤 이유로 목물과 움직인형을 만들게 되셨는지요?
목수는 말하자면 일상의 쓸모를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일이 버겁거나 지겨울 때 쓸모 없는 것들을 만들게 되지요. 그건 일상의 쓸모가 아니라 미학적 쓰임 혹은 유희적 쓰임이라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삶이 쓸쓸하고 괴로울 때, 상상의 세계에서 위안을 받듯이 쓸모 없는 것을 만드는 유희에서 위안을 받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 작업이 글와 이미지를 엮을 수 있는 것이라면 나뿐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도 있겠지요. 나의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는 어떻게 소통될 수 있을까? 나와 네가 지니고 있는 다른 생각과 다른 상상을 어떻게 함께 나눌 수 있을까? 나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가 될 때 벌어지는 틈, 나의 글과 너의 이미지가 만나지 못하는 어긋남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4. 이야기의 영감을 어디서 주로 얻으시는지요?
나의 시각이 아닌 다른 존재들의 시각, 꽃이 될 수도 있고 벌레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시각으로 사물을 보면 나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그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야기는 작은 한 마디, 작은 나무토막 하나에서 시작합니다. 작은 한 마디가 글로 다듬어져,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작은 나무토막 하나가 목물과 철물, 그리고 움직이는 조각이 되면서 이야기는 더 풍부해집니다. 이런 이야기와 조각은 다시 사진과 영상, 음악을 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변주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이야기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제가 얹혀있는 것이지요.
일시: 2012년 12월 1일(토)부터 2013년 1월 27일(일)까지
오전 11시~ 오후 8시 30분
장소: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5번지 세종문화회관 1층 전시실
공동기획: 세종문화회관, 디자인그룹 <서가>
가격: 어른 1만 2천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천원
문의: 02)39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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