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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연

[전시] 서울역사박물관, 국제교류전 '로쎄티의 서울' 특별전 개최


[오펀 문화예술팀=김태준 기자]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은 오는 4월 26일(목)부터 7월 1일(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서울역사박물관 개관10주년기념 국제교류전 ‘로쎄티의 서울’ 특별전을 개최한다. 


까를로 로쎄티(Carlo Rosseti)는 110년 전 서울에 주재했던 제3대 이탈리아 영사다. 26세의 청년에 불과했지만 이탈리아 지리학회의 회원이기도 했던 그가 200일 동안 한국에 머물며 기록했던 서울을 소재로, 당시 유럽 외교관이자 지리학자의 시선으로 바라 본 서울과 서울 사람들에 대한 흔적을 집중 조명한다. 





로쎄티가 1904년에 출간한 <꼬레아 에 꼬레아니(Corea e coreani; 한국 그리고 한국사람들)>에는 그가 직접 찍은 사진과 일본 무라카미 사진관에서 구한 사진까지 학교, 시장, 산업현장 등 서울의 곳곳에서 서울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한 430여장의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러일전쟁 직전, 대한제국이 중립국임을 표방한 고종황제의 비밀친서 새로 발견 최초 공개>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러일전쟁(1904. 2월 발발) 직전인 1903년 11월 고종황제가 이탈리아 국왕에게 비밀리에 보낸 친서를 이탈리아 외교문서 아카이브에서 새로 발굴하여 처음 공개한다. 만약 러일전쟁이 개전되면 대한제국은 중립을 지킬 것이고 이를 도와줄 것을 이탈리아에 요청하는 내용으로, 고종황제가 지밀에 두고 찍던 ‘황제어새’와 친필 서명이 분명하게 쓰여 있다. 


기존에 알려진 바와 같이 대한제국의 ‘전시중립선언’은 러일전쟁 개전 직전인 1904년 1월 21일 전 세계에 타전되었으나 이를 위한 준비와 노력은 1903년 여름 이후부터 진행되고 있었고, 이번에 발견된 친서는 이를 입증할 새로운 실물자료이다. 


뿐만 아니라 고종황제가 러일전쟁, 을사늑약, 헤이그 특사 파견을 전후하여 전달한 기존에 알려진 다른 친서와는 달리, 황제가 주한 외교사절을 직접 불러 내린 친서라는 점, 이탈리아 외교부에 확실히 전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 자료라는 점에서 역사학적·외교사학적 의의를 갖는다. 또 중립국화를 분명하게 세계에 알린 대한제국에 일본이 러일전쟁 개전과 동시에 불법적으로 일본군을 상륙시키고 서울 장안까지 진주한 것은 엄연한 국제법 위반임을 입증하는 아주 중요한 사료이다. 


당시 친서와 함께 전달된 이탈리아 공사의 보고서에는, “한국의 황제님께서 저를 비밀리에 불러 아무도 이 편지에 대해 알지 않았으면 좋겠고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하셨을 때 긍정적인 대답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쓰여 있어, 풍전등화 같던 나라의 운명 앞에서 고종황제가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이탈리아 지리학회(회장 프랑코 살바토리)에서 보관해 온 로쎄티의 사진 원본과 그가 사용했던 카메라, 로쎄티가 발표한 대한제국 관련 논문 등 다수의 로쎄티 관련 유물이 소개되고, 한국해연구소(소장 이돈수) 등에 소장된 한국관련 이탈리아 서지도 다수 전시된다. 


이탈리아는 근대개화기 우리나라에 서양문물을 전파하는 데에 앞장섰다. 한국에 최초로 자전거를 전파한 보리오니(Borioni), 서울에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서울호텔(Seoul Hotel)’을 세운 삐이노(F. Bijno), 그리고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태리포플러 나무도 고종황제가 이탈리아에서 사들여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었다는 <대한매일신보> 기록이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여러 외국인 여행가, 인류학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다양한 문물을 전파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지만, 로쎄티와 같이 공식적인 지위를 가지고 서울을 관찰한 경우는 드물다. 로쎄티를 통해 이번에 공개되는 자료들은 이제껏 쉽게 접할 수 없었던 17~20세기의 다양한 서지유물들로,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 간의 문화적·외교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전시가 개막되는 26일에는 이탈리아 지리학회 회장 프랑코 살바토리 교수(Franco Salvatori)를 비롯한 3인의 교수들이 진행하는 특별강연회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역사박물관 2층 시청각실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강연이 끝나고 바로 개막식이 진행된다. 강연은 사전신청 없이 무료로 진행되며, 강연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는 서울역사박물관 도록 한정판이 제공된다.


[사진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