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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씨의 맛족보] 짝퉁 팥빙수가 판을 치는 시대


[오펀 칼럼니스트 현자씨] 여름의 대표적인 별미는 역시 팥빙수다. 시원한 얼음을 갈아서 쌓은 후 그 위에 달콤하게 삶아낸 팥과 잘게 썬 떡, 그리고 다양한 과일들...생각만 해도 시원하고 달콤하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다양한 팥빙수들이 새롭게 출시된 것 같다. 거대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경쟁적으로 많은 신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저마다 맛있다고 자부하는 팥빙수 중에서 진짜 맛있는 건 어떤 것일까?


본 이미지는 본 글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많은 팥빙수 중에서 제대로된 건 찾아보기 어렵다는게 현자씨의 생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얼음에 있다. 대부분 얼음의 '설질'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팥빙수의 본류는 곱게 간 얼음에 있다. 요즘은 주로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양산해내는 팥빙수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대충 갈아낸 얼음 덩어리 위에 팥과 이런 저런 재료들을 올린 팥빙수를 먹는데 익숙하다.

그러나 이런 팥빙수는 한마디로 넌센스다. 우선, 팥과 부재료가 얼음과 제대로 섞이질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팥빙수를 먹으려면 수저로 '얼음부터 부셔야' 한다. 그렇게 얼음과 재료를 섞다보면 당연히 얼음은 녹기 시작한다. 그래서 얼음과 재료를 부시지 않고 떠먹으면 재료와 얼음은 입속에서 '따로 논다'. 이걸 제대로 된 팥빙수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제대로된 팥빙수란 곱게 간 얼음에 팥을 살살 비벼서 떠먹는 맛에 있다. 곱게 간 얼음 입자 속에 달콤한 재료들이 섞여 살살 녹는 맛. 이가 시리지도 않고 얼음과 재료의 맛이 따로 놀지도 않는다. 시원함과 달콤함의 절묘한 조화, 이게 진짜 팥빙수의 환상적인 맛이다.

요즘 이런 팥빙수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프라푸치노, 할리치노 등 과일과 얼음을 섞어 만드는 메뉴가 대중화되면서 그걸 만드는 기계로 팥빙수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빙수용 기계로 얼음을 곱게 가는게 기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얼음분쇄기로 빙수의 얼음을 만든다. 당연히 눈처럼 고운 설질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렇게 만든 팥빙수도 사람들이 좋아할 순 있겠지. 그러나 예전에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고운 설질의 팥빙수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요즘 팥빙수에 대해 결코 관대해지기 어렵다.

아무리 세태가 바뀌어도 요즘 팥빙수는 진짜 팥빙수가 아니다. 이건 프라푸치노의 아류, 즉 짝퉁 팥빙수다.  

현자씨의 팁!
요즘 <복분자 팥빙수>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 달콤한 팥과 새콤한 복분자가 얼음과 섞이니 말로는 표헌할 수 없는 환상적인 맛을 내더군요. 이건 팥빙수의 혁신라고까지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복분자 팥빙수를 파는 곳은 많지 않지만, 만일 길가다가 발견한다면 꼭 가서 먹어보세요. 단, 복분자의 즙을 넣어서 만든 것을 먹기 바랍니다. 어떤 곳은 복분자 열매를 넣어서 만들던데, 그런 건 안먹는게 낫습니다.

그리고 요즘 스타벅스에 갔더니 <레드빈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팔던데요...먹어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녹차 팥빙수를 녹인 맛이라니...! 이건 너무 급진적인 것 아닌가요? ㅎㅎ


놀이미디어 오펀에서 맛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현자씨'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지만, '오래' 먹어왔기에 맛에 대해선 자신도 할 말이 있다며 '맛의 소수파를 위한 항변'을 시작한 사람입니다. '현자씨'의 글은 오펀의 취지와는 다소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