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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실망이다...

정말 기대하던 영화였다.

한국 최고의 배우들이 만주 대륙을 호쾌하게 누비는 한국판 웨스턴 무비라니! 더운 여름날에 이런 이벤트가 또 없을 듯 싶었다.

포스터만 보더라도 그랬다. 몇 년간 요지부동이었던 모니터 바탕화면을 놈놈놈 포스터로 바꿔놓고 남자들의 로망이 넘실대는 영화의 세계에 기꺼이 빠져들 수 있도록 신부 꽃단장하듯 준비하고 있었다.

스틸이미지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런가...

처음엔 좋았다. 원래 이런 영화에서 기대하는 건 내러티브가 어떻고 메시지가 어떻고 하는 것들이 아니라 얼마나 호쾌한 속도감과 리듬감으로 영화세계에 몰입시켜주는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었는가. 정말 딱 그만큼만 원했더랬다.  

이미 좋게 보려는 태도가 확고했으므로 초반의 군데군데 나타나는 사소한 거슬림같은 건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런걸 무시하고도 보상받을 멋진 장면들이 즐비했다.

근데...이거 어째....

중반을 치달으면서 내 머리가 왜 맑아지더냐 말이지...특히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만한 대륙 질주씬에서 나는 미치도록 몰입하고 싶었지만, 결국 접신되지 못하고 현실세계로 튕겨져나오고 말았다.

스틸이미지

그 광활한 대륙을 질주하면서 송광호가 앞장서고, 이병헌과 또다른 마적패가 충돌하고 그 뒤를 일본군이 쫓고 다시 그 혼란 속에서 정우성이 휘젓는 그야말로 광란의 질주 속에서 왜 계속 흐름이 끊기느냐 말이다...특히 송광호의 바이크 속도가 시속 80km에서 10km을 오가는 그 어이없는 허접한 편집에서는 맛이 가고 있었다. 달릴만 하면 느려지고... 달릴만 하면 느려지고...정말이지 난 송광호와 함께 달리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도 허덕 지쳐버렸다.

"이게... 질주씬이야...?"

이미 영화신과의 접신에 실패하고 나니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는 장면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일본군이 바로 뒷쪽까지 쫓아오면서 총질을 해대는데 한참 후에야 놀라는 표정들은 대체 뭐며...그 광란의 총알비 속에서 그토록 많이 남아있는 마적떼들은 또 뭐며...화살도 아니고 총알을 날리는 그 촘촘한 학익진속으로 뛰어들어가면서도 총알 한발 안맞는 정우성의 그 반과학적 액션은 또 뭐란 말이냐...ㅠㅠ

이 대실망씬 이후부터는 지루하기 짝이없는 시간일 뿐이었다. 송광호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에서조차 시큰둥해졌다. "그러던가, 말던가..."

한마디로 말해, 큰 화면에서 볼 영화는 아니었다. 큰 기대를 해서도 안되는 영화였다. 그저 적당한 크기의 화면에서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즐길 영화였다는 것이 '재밌었냐'고 물어보는 친구에게 해줬던 영화평.  

남자들의 이야기, 대륙의 로망으로 가슴이 부푼 한량에게는 한없이 부족한 영화였다.

실망이다. 올여름의 즐거움 하나가 맥없이 꺾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