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펀 문화예술팀=허순옥 기자] 사람들은 개를 사랑하지만 고양이는 숭배한다. 이렇듯 우리 시대 고양이는 단순히 동물을 넘어 어떤 특별한 아이콘이 되었다. 신비롭지만 까칠하고 냉정한, 하지만 귀엽고 매혹적이고 때로는 익살맞은. 함께하되 결코 하나가 되지는 않아서 더더욱 우리에게 동질감을 주는 신비로운 존재.
여기, 여전히 도도하고 벽이 높은 서양화단에서 고집스럽게 길고양이를 그리는 화가가 있다. 함께 살아온 길고양이들을 주소재로 삼아, 외롭고 아팠던 유년, 일상의 소소한 기억과 현대문명에 대한 깊은 사색까지 담아낸 입체적이고 환상적인 그림으로 한국·미국·홍콩·대만을 무대로 활동 중인 젊은 서양화가 이경미(35세)가 그 주인공이다.
순수 미술 전공자로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난하고 힘겨운 성장기를 지나온 화가는, 홍익대에서 11년에 걸쳐 판화와 서양화를 공부했다. 술을 끊지 못했던 아버지, 초라한 한복집 하나로 생계를 꾸려갔던 어머니, 천형 같은 가난 아래 사물과 자연을 관찰하며 외로움과 친구가 된 그녀는, 아름다운 한복의 빛깔과 그 천이 드리운 그늘을 바라보며 색채와 그림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고 한다.
지난 4월, 아름답고 독특한 수십 장의 그림을 담아 출간한 성장 에세이 ‘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샘터사)에서 이경미는 “성장이란 얼마나 극악하고 끔찍하고 눈물겹고 애잔한 단어인가”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현재 미국에서 영원한 이방인 화가로 살아가는 의미, 유년에 겪었던 외로움과 공포, 작은 생명들과 그림에 대한 사랑으로 고난을 극복해온 시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성장’의 의미를 전한다.
여전히 고양이처럼 혼자이지만, 어느새 외로움을 그리움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알게 된 이 화가는 스스로를 비롯한 모든 인연을, 그리고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듯한 다음 세대를 다독인다. 마음이 가리키는 곳으로 ‘그냥’ 가자고, 그 길 끝에서 결국 무엇도 만나지 못한다 해도, 무엇도 얻지 못한다 해도 다 괜찮다는 비밀을 함께 나누려는 것이다. 고통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행복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깨달음. 그것은 성장이 남긴 가장 큰 선물이다.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내러티브식 구성, 따스하고 외로운 서정이 깃든 섬세한 문장,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이 담긴 이 독특하고 새로운 에세이는 화가 이경미의 또 다른 작품과도 같은 책으로 탄생했다. 그 책장을 넘기며, 한 예술가를 길러낸 성장통과 자양분의 비밀을 찾아가는 동안, 우리는 내면에 움츠려 있던 유년과 상처를 함께 만나고 다독이며 현재의 나를 더 사랑하게 되는 기적을 만날 것이다. 또한 삶을 관통하는 기억과 경험 하나하나가 지금 이순간의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돌아보며 먹먹한 위로를 받을 것이다.
이번 6월 22일 (목)부터 7월 22일(일)까지 약 30일간, 동숭동의 샘터 갤러리(T. 3675-3737, 종로구 동숭동 1-115 샘터사옥 내)에서 이경미 화가의 ‘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 출간기념 전시회가 열린다.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이국적인 도시의 풍경, 작가의 내면을 반영하는 수많은 책들과 고요한 바다와 한복천, 그리고 고양이 ‘나나’와 ‘랑켄’을 담은 그림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생명과 자연과 예술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며 삶을 긍정하게 된 젊은 화가의 아름다운 미소 또한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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