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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 셀부르의 전설이 남겨둔 마지막 보석, 포크락 가수 김종수

[오펀 문화예술팀=허순옥 기자] 얼마 전, 대한민국 포크음악의 전설 <세시봉 시대>가 방송에서 다시 각광을 받았다. 

포크음악의 강인한 생명력이 확인됐고 디지털시대에 지친 현대인들은 아날로그의 향수 속에서 한동안 행복에 빠져 살았다. 덕분인지 세시봉은 일종의 ‘현상’이 되기도 했다. 뮤지션으로서의 조영남이 새삼스레 부각됐고 이장희, 양희은,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의 음악과 회고담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하지만 당시의 뮤지션이라고 해도 모두 전설의 대상은 아니다. 그렇지 못한 뮤지션이 훨씬 많다. 아무리 음악이 좋다해도 25년의 무명시절을 감내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모한 일이라고 정의하는 게 옳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거의 신비로운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시간을 버텨가며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다. 

2012년 <내일을 간다>라는 타이틀을 들고 새로운 도전을 선언한 김종수가 바로 주인공이다. 김종수는 명동 ‘쉘부르’ 출신이다. 그래서 당시의 멤버들과 인연이 깊다. 전인권, 조덕배, 백영규, 소리새, 양하영, 하남석, 신계행 등이 그때 같이 활동하던 가수들이다. 

특히 해와 달, 백영규, 조덕배 등은 무명가수로서 시간을 감내하던 김종수에게는 멘토같은 존재들이다. 음악적인 것과 음악 외적인 것 모두 영향을 끼치고 도움을 줬다. 그들과의 교류와 격려는 무명뮤지션으로서의 김종수를 지켜준 자양분이었다. 

김종수도 90년대 미사리를 비롯한 라이브카페 전성기는 호시절이었다. 하루 8곳 이상의 업소를 순회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김종수는 자신의 음악이 음주문화의 액세서리처럼 취급되는 현실에 본능적인 반감을 지니고 있었고, 클럽에서의 음악생활을 스스로 정리한 그는 이후 사회적 의미의 공연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참여한다. 

그는 백혈병 어린이 돕기 자선컨서트, 장애아 지원을 위한 공연 등으로 무대에 올랐다. 좋은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뮤지션으로서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었다. 

25년 뮤지션으로서의 내공이 이번에 발표한 새 음악 <내일을 간다>에 담겨있다. 

의외로 김종수는 펑키한 느낌이 물씬한 펑키팝을 들고 나왔다. 이 대목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25년 시간을 지켜온 김종수의 음악적 변신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키보드를 담당하는 최경식의 그루브한 편곡이 돋보이는 이 곡은 김종수의 오랜 음악친구 이승훈의 작품이다. 곡의 구성도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우선 25년 경력의 완숙한 보컬이 역시나 싶다. 허스키한 김종수의 보컬과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리듬이 곡을 이끌고 간다. 인트로랩과 나레이션까지 구성을 이루며, 브라스섹션과 기타, 슬랩베이스의 교묘한 조화는 간만에 듣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음악의 맛을 제대로 내준다. 

‘바람아 불어라 내 가슴이 터지도록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 후회 없이 내일을 간다’ 노랫말은 다분히 서사적이다. 얼핏 사랑얘기처럼 보이지만 그간 김종수가 지나온 시간의 얘기들이 녹아들어있는 그런 노랫말이 얼핏 비장한 느낌으로 들려온다. 

요즘같이 말초적 자극이 대세인 세상에서 김종수 같은 뮤지션이 들려주는 보석 같은 음악의 의미와 가치를 사람들이 발견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세상일 모르는 법. 좋은 음악은 결국엔 사랑을 받게 된다는 걸 이미 많은 경우들이 증명해 준다. 

타이틀곡 <내일을 간다> 이외에도 <그래, 이제부터다 / ‘내일을 간다’의 포크 버전>, <미운하늘>등을 이번 음반에 담았다. 한 뮤지션의 인고와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