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펀 칼럼] 개그맨 박영진이 요즘 본인이 준비한 한우 사업을 계속 밀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약 4개월간 개콘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박영진은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며 방송을 중단했던 사연을 언론에 알렸다.
박영진은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멘트로 일약 인기 스타 개그맨의 반열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던 차에 갑작스럽게 개콘에서 모습을 감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다"며 동시에 "한우 사업을 준비했다"는 그의 고백은 모든 개그맨들의 고민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연예인들 모두가 그러할 듯 하지만, 개그맨들의 입장은 각별한 면이 있다.
시청자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개그맨들은 여느 연예인들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이들은 다양한 행사를 뛰면서 실제적인 자신들의 수익을 만든다. 방송을 통해 인지도와 인기를 얻고 이를 통해 소위 '밤무대'라고 불리는 야간업소 및 다양한 기업,가족 행사 등에 초청을 받아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수익이 결코 적지는 않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실제적인 수익과 관계없이 개그맨들은 일할 수 있을 때 일개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배우처럼 영화 출연료만으로 한번에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가수처럼 음원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몸을 써서 움직여야만 하고 일확천금도, 확장성도 없다. 일개미처럼 움직이는 만큼만 벌어들인다. 강호동이나 유재석처럼 진행자로 변신해 출연료만으로도 거액을 벌어들이는 입장도 못된다. 고정 프로그램을 50회, 100회씩 보장받는 것도 아니고 매번 '무대'에서 승부를 보는 직업이다. 인기가 떨어지거나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곧바로 무대를 내려오게 된다. 이 정도로 각박한 처지의 연예인들이 또 있을까?
이들은 감각을 잃거나 인기를 잃을 때 곧바로 생활고에 직면하게 된다. 개그맨들은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진행자로서의 길도 모색해보고 다양한 변신을 시도해보지만, 그 좁은 길을 걸어 기회를 얻는 사람은 극소수다. 게다가 그 길은 개그맨의 본업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일종의 외도로 취급받기도 한다.
개그맨들은 직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가치에 비해 너무 적은 소득을 얻고 있다. 코미디 산업 자체가 더욱 커질 필요가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그래서 박영진 같은 스타 개그맨들도 스스로 사업을 준비한다. 이 선택은 현실적으로 옳다. 그렇기에 코미디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은 그의 사정을 알게되면서 씁씁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개그맨들이 뭐 봉사하는 직업도 아니고 말이지.
코미디 산업은 좀 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무대에서 열정을 다하는 그들이 자신의 본업에만 충실해도 충분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걸 보고 싶다. 그래야 코미디도 좀 더 발전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들의 사회적 지위도 높아져야 지금보다 풍자의 농도도 더 진해질 수 있겠고. 히트작을 한번 만들면 몇 년씩 더 써먹을 수 있게끔 뭔가 장치가 필요하다. 지금의 이건 좀 아니다.
그래서 일단은 박영진의 한우를 좀 사주자. 이거 광고 아니다. 개그맨들도 여타 연예인들처럼 잘먹고 잘살 자격은 충분하지 않은가.
[오펀 문화예술팀 허순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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