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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본방사수] KBS 수요기획, 똥 마렵다던 아이는 어디로 갔나


[오펀 인터넷방송팀=유보경 기자]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라는 호랑이의 대사로 익숙한 우리의 옛이야기다. 어머니를 잡아먹고 오누이의 목숨까지 노려 집으로 찾아온 호랑이. 하지만 치마 아래로 삐져나온 호랑이의 꼬리를 보고 정체를 알아챈 된 오누이는 몰래 도망쳐 나무위로 올라가고, 해와 달이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우리가 모르는 아주 중요한 장면에 빠져있다면? 호랑이와 함께 방에 있던 오누이는 어떻게 도망쳐 나온 것일까? 사라져 버린 장면 속에 그 답이 있다.


방송일시 : 2012년 5월 2일 (수) 밤 11시 40분



우리 알고 있는 전래동화 속 사라져 버린 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뿐 아니라 다른 전래동화 속에서도 사라져 버린 장면이 있다. 

팥쥐 모녀에게 갖은 구박을 당하던 콩쥐가 결국 원님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산다는 한국판 신데렐라 ‘콩쥐팥쥐’ 이야기. 하지만 ‘콩쥐팥쥐의 진짜 결말은 콩쥐가 결혼 후 팥쥐 모녀의 계략으로 죽음에 이르지만 다시 환생해 팥쥐 모녀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이다.  


‘흥부와 놀부’는 어떨까? 욕심 많은 놀부를 혼내주기 위해 박속에서 도깨비가 나와 놀부를 벌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흥부와 놀부’ 이야기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판소리 ‘흥부가’에서 흥부를 혼내주는 인물은 도깨비가 아니라 중국의 장수 ‘장비’다.

 

‘선녀와 나무꾼’의 결말 또한 다양하다. 그동안 보편적으로 알려진 ‘선녀와 나무꾼’의 결말은 하늘로 떠나버린 선녀를 그리워하던 나무꾼이 하늘로 올라가 선녀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지상의 홀어머니가 걱정되어 내려왔다가 사고로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나무꾼이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비극적인 결말도 존재한다. 

 


우리 옛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우리민족의 얼굴 




1920년대부터 전국을 돌며 옛이야기를 기록해온 채록가들. 우리 옛이야기의 채록본을 집성한「한국구전설화」를 보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오누이는 호랑이와 함께 있던 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기가 막힌 꾀를 낸다. 바로 “똥이 마렵다” 핑계를 대는 것. 


이 장면에는 옛사람들의 해학과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등이 담겨있다. 전래동화에서 사라진 장면들에는 우리 민족의 인생관, 우주관이 담겨있기도 했다.

 


옛이야기를 지키지 못한 우리 동화의 역사




그렇다면 사라진 장면들은 누가 삭제한 것일까. 우리의 옛이야기가 변질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동화의 역사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래동화집은 1924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동화집」. 일본인 학자가 우리나라의 옛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니 그가 우리 이야기의 예술성이나 서사성 등 그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 이후에 일본인 학자가 정리한 옛이야기들이 교과서와 책으로 무분별하게 전해지면서 변형된 옛이야기가 우리의 옛이야기인 것처럼 자리 잡아 버린 것이다. 또한 작가나 학자들에게 우리 옛이야기의 원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잃어버린 옛이야기를 찾으려는 노력

 



디즈니 애니메이션, 일본 만화, 유럽 동화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 이런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는 단순한 재미 이상의 소중한 교훈이 된다.


 전래동화 속에는 우리 민족의 인생관과 가치관, 그 속에 담긴 지혜가 담겨있고 그것은 곧 전래동화를 읽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의 뿌리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뿌리 없는 나무는 바람에 견딜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넘쳐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 옛이야기의 원형을 이해하고 제대로 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자료제공=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