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 [Modern Rhymes] EP의 발매는 한국 힙합음악, 아니 한국의 대중음악계 전체에 있어 그야말로 커다란 '사건'이었다. 한국의 힙합음악이 이 음반을 계기로 저개발 상태를 벗어나 유턴이 불가능한 길로 들어선 것이다. 어설프게 구성된 리듬과 라임, 그리고 어설픈 문장력으로 단지 "빠르게 말을 하던" 상당수의 래퍼들은 이 기념비적 음반이 발표된 이후로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갔다.
버벌진트(Verbal Jint)는 이전까지 한글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미국 수준의 라임/플로우의 구성, 그와 동시에 흐트러지지 않는 문장력을 직접 작곡한 7개의 혁명적인 트랙들을 통해 증명해 보였고, 그가 보여준 한글 랩의 청사진은 십수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한글로 랩을 하는 프로와 아마추어 랩퍼들 대다수에게 그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각종 음악전문매체가 반복하여 [Modern Rhymes] EP를 기념비적인 음반으로 꼽으며 21세기 초의 한국 랩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는 가운데 버벌진트는 [무명(無明)], [누명], [The Good Die Young], [Go Easy] 등의 다채로운 결과물을 생선이 알 낳듯이 세상에 뿌리며 11년의 세월을 보냈다.
본 앨범은 애초에 [Modern Rhymes] EP의 10주년 기념앨범으로 기획되었으나, 2011년 '좋아보여'를 비롯한 [Go Easy]의 수록곡 거의 전부가 대중적 성공을 거두며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듯한 스케줄로 인해
버벌진트의 작업일정에 차질이 생겨 결국 2012년에 빛을 보게 되었다.
1년 사이, 수록곡들은 더 진화했고, 제목이 [10년동안의오독]으로 바뀌었으며, 앨범은 2부작이 되었다.
(아티스트 본인의 말에 의하면 필받으면 3부작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10cm의 권정열과 호흡을 맞춘 '굿모닝'(버벌진트 작사,작곡)은 본작 발매 2주 전에 선공개된 바 있는데, 아무런 방송활동 없이도 전 음원차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10년동안의오독 I]의 애피타이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독 intro'에서는 정권이 바뀌고, 한국힙합의 분위기도 바뀌었지만, 자신은 그대로임을 역설하며, 'She's Gone', 'Got to Be U', '축하해 생일' 등을 통해서는 지금까지 잘못 읽혀왔던 자신의 음악적 캐릭터를 (최근에 와서 조금씩 해소되어가는 듯하지만) 재정립하고 있다.
'완벽한날'과 '충분히 예뻐'는 블락버스터급 랩퍼로서의 역량을 다시금 보여주는 트랙들이며, '소년을 위로해줘 2013'에서는 키비(Kebee)와 함께했던 2003년 발표곡 '소년을 위로해줘'를 현 시대에 맞게 재포장하고 있다.
이미 차기작 [10년동안의오독 II]에 'Overclass', 'History In The Making' 등 재해석된 과거의 명곡들과 'Box에다' 등의 신곡들이 수록될 것으로 밝혀져 거대한 연작의 냄새를 풍기고 있는 [10년동안의오독] 시리즈. 그 포문을 여는 [10년동안의오독 I]을 통해 여러분은 치열한 10년을 보낸 후 다가올 10년을 준비하며 허물을 벗는 한 작가의 심장박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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